지난 6월 14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만천하에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사실들까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하의 국가기관이 민간인 사찰은 물론이고, 4대강 사업을 지휘하고 반값등록금 여론을 차단했으며 보수단체와 경제 관련 단체들을 동원하여 직접 행동을 조직하는 등 치밀하게 공작정치를 벌여온 것이다.
국민에 봉사하여야 할 국가기관이 정권을 위한 사조직으로 전락했는데도, 상황은 더욱 참담해져만 가고 있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허위 사실을 발표했고, 공작정치에 사용된 컴퓨터의 기록을 지우는 등 증거인멸을 자행했다. 검찰 역시 원세훈, 김용판 등 총 5명은 불구속기소로, 그 외의 관련자들은 기소유예 처리함으로써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말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여당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정치공작을 그만 두라”,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식으로 정국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하고, 심지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 정보기관’이라며 범죄 집단을 두둔하기까지 하고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 도대체 누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민주화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는가?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중앙정보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중앙정보부의 후신(後身),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무시해온 결과에 다름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노동자와 대학생, 시민 사회와 종교계의 시국선언을 가벼이 여긴다면,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민대통합 위에 더 발전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바로 지금이 그 약속을 지킬 때다
2013년 7월 22일
충남공공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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