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조 총무부장으로 일했던 최미선입니다.
첫출근을 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환경노조에 들어 온지 벌써 1년하고도 2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2005년 처음 노조라는 곳에 발을 딛었을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는데 가족같이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임원단, 지부장님들 덕에 무탈하게 잘 지낸것 같습니다.
처음 몇일 출근을 하고 전 제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사직을 결심했습니다.
그 이유중 하나는 민주노총에 오시는 분들이 근심과 고민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무실에 담배연기가 빠질틈이 없었고 호흡기가 좋지 않은 저로썬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일하는게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이해철사무차장에게 사직의사를 밝혔고 이유를 말했는데 흡연실을 정하고
조직부장을 구하는중이라고 설득을 했습니다.
전 위원장님께도 저의 의사를 전달했는데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에게 회계, 전화연락, 팩스등 기본적인 사무업무와 청소를 하면 된다고 업무에 대해서 안심을
시켜 주셨습니다.
전에 계시던 분이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바람에 급하게 사람이 필요하다고 붙잡으시는데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데까지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을 하며 일을 했습니다.
환경노조에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도 많으신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새벽에 음주운전차량에 치여 돌아가신 조합원들을 보면서 정말 가슴 뭉클한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환경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절실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사무실처럼 일하면 안 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조합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주고 싶은데 아직 노조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도 적응이 안되고
집회나, 선전전에 교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는게 안타까웠습니다.
회계나 사무업무는 업무량이 많지 않은 반면 실질적으로 외근을 뛸 일이 훨씬 많아서
조직부장님과 같이 나눠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 위원장님께 올해 초, 다시 한번 사직의사를 밝혔습니다.
조직부장님과 같이 안팎으로 뛸수 있는 경험자를 구하시라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때까지
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 위원장님께서 운영위원회에서 총무부장이 그만둘 의사를 밝혔다고 전하셨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 몇몇 지부장님들께선 예산을 걱정하시며 조직부장 한사람만 쓰면 안되냐는
의견을 내신분도 계셔서 전 위원장님께 전 지금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 위원장님께선 자꾸 조직이 커지는데 혼자서 하면 예전에 박차장이 있을때 같은 문제가
생길것을 염려하셨고, 저에게 진짜 마음이 뭔지 확인을 하셨고 전 환경노조가 진심으로 잘되길
바란다고 그래서 경험자가 오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전 위원장님께선 그런 이유면 그럼 나만
믿고 열심히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 후로 수개월이 지나고 전 1년의 계약기간이 지났는데도 어느 누구도 아무 말씀도 없으셔서
재계약의 의미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임원단이 바뀌었고 정책국장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인 12월 중순에 이국장이 저에게 잠깐 할말이 있다고 상담실로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비공식적인 얘기고 임원단들과 상의된 내용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몇몇 지부장들에게 들었는데 최부장이 그만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냐고
물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데로 그런 이유로 사직을 생각하고 말씀들인 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국장은 환경노조는 노조 결성한지가 몇 년이 지났지만 현재 엉망이다, 나는
환경노조의 사무업무를 총괄하는 정책국장으로서 일년안에 환경노조를 정상괘도 안에 올려놓고
싶다. 총무부장은 자신이 해야할 일의 15%밖에 못하고 있다. 만약에 총무부장이 같이 계속 일을
한다면 지금보다 많은 양의 일을 할 수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양의 일을 해야한다면 더 할수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무슨의도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건지 얼마만큼의 일을 더하라는건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국장은 코피 쏟을 정도로 열심히 일할 것, 감방에 1~2 다녀올 정도로 일할 것, 난
저녁 6시가 되도록 아직 밥 한끼도 못먹었다. 이정도로 일해야 할거다. 할 수 있겠냐. 김부장이
하는일과 지금 총무부장이 하는일을 합쳐도 제가 할 일의 30%도 못하는 것이다.
김부장은 자기 밥값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 제가 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은 양의 일을 해야 한다면 더 할 수
있지만 이국장님이 말하는 만큼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국장은 이번 운영위원회를 통해 상근자들을 정리하는 부분에 대해 말할 계획이었다면서
노조에서는 절대 사람을 자르지 않지만 권고사직과 스스로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지금 하는 일은 정리가 거의 되어있냐며 12말에 인수받을 사람이 오면 바로 인수인계가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이국장님과 상담을 마치고 사지가 떨려왔습니다.
제가 듣기론 총무부장 밥값도 못하고 있으니 12월말까지 하고 나가라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내가 1년 넘도록 일한 직장에서 이런 말을 들어야 한다는데 너무 속이 상하고 이국장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또 위원장도 아닌 이국장이 저에게 이런말을 한다는게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수치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몇일후 운영위원회에서 이국장은 상근자들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임원단에게 위임할 것을
권했고 그렇게 결정이 났습니다.
운영위원회가 끝나고 이틀후에 이국장이 위원장과 회의실에서 심중하게 논의하고 있는 문제가
저에 대한 문제라는걸 알았습니다.
회의실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들으며 더 이상은 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 저는 환경노조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위원장님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위원장님도 저에게 할말이 있었다고 하셔서 저는 먼저 말씀하실것을 권했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위원장님의 첫말씀은 몇몇지부장들이 최부장이 그만둔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된거냐고 자꾸 말이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도 위원장님께 그 말씀을 드리려던 참이라고 얼마전 이국장이 저에게 한말의
요지를 얘기하며 사직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위원장님이 저에게 먼저 말씀 하셨으면 이렇게 비참하지 않았을건데, 왜 이국장에게
그런말까지 듣게 하냐고 예전에 환경노조가 잘 되길 바래서 유능한 사람이 오길바라는 마음에
그만두겠다고 했던 그 마음이 지금도 있는데 이렇게 비참하게 짤라야 하는지 말했습니다.
그리고 전 위원장께 물었습니다.
보령환경 해고자를 위해 뭐라고 하시며 싸우시냐고?
위원장님은 노동자인 동시에 사용자라고
제 근로 계약서에는 제가 해야하는 일이 전화, 팩스등 사무업무와 회계관련업무, 사무실
청결유지라고 되어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상으로보면 저는 그이상의 일을 했는데 왜 저한테 15%의 일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시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왜 민주노총 집회에 간것이 문제가 되는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환경노조에 들어와서 너무 많은걸 배우고 귀한걸 얻었지만 그뒤에 오는 배신감도 배웠습니다.
저는 환경노조의 상근자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고용주는 환경노조였습니다.
저의 고용주였던 환경노조에 정말 묻고 싶습니다. 노동자로 환경노조 총무부장으로 일한 저의
최소한의 권리와 인권은 보장해 주실 수 없으셨던가요?
이렇게 좋지않게 그만둔것이 정말 속상하지만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환경노조에 저를 뽑아 일하게 해주신 임원단, 지부 분회 대표자분들께 마지막 인사와 함께
사직에 대한 이유만큼은 알려서 새로 일할 다른 분에게는 이런 속상한 일이 없어야한다고 생각을
해서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지부장님, 분회장님, 임원단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건강하시고 어디서라도 환경노조가 잘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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