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최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전술에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산별위원장들과 지역본부장들은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신당과 민주당 일부 후보까지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6월 선거로 제한한다는 전제를 두기는 했지만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유보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002년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를 정치방침으로 정하고 지금까지 줄곧 유지했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정치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조금 다른 결정을 내렸다. 원칙을 지키되, 현실을 감안해 전술은 유연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이기도 하고, 노동계의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현실조건상 지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친노동계 성향 후보로 한정하긴 했지만, 민주노총이 민주당의 일부 후보까지 지지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노총은 4월 총파업에 대해서도 "파업할(수 있는) 노조는 파업을 하고, 그렇지 않은 노조들은 최대한 힘을 모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공무원노조나 전국교직원노조처럼 탄압을 받고 있음에도 파업하기 어려운 조직까지 무리하게 파업을 독려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노동자·서민 기본생활 보장 운동’을 함께 펼쳐, 노동계 투쟁에 대한 국민적 우호 여론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동자만의 파업이 아닌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유연한 태도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참여 결정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근면위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섭과 대화 역시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차원에서 근면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민주노총도 특정사업에 한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자체 단체장이나 의회에 진보정당 출신들이 진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서 정부 입김에 휘둘릴 여지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본부에서는 “국민이 낸 세금을 노동자·서민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공세적인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방침은 모든 조직에 두루 통용돼야 한다”며 “지켜야 할 가치는 지키되, 달라진 현실을 감안해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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