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맞으면 '친서민'...약발 먹힌다 싶으면 '원점'
MB 정치의 '사이클'...위기때마다 '친서민 표방'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친서민 카드'를 꺼내들었다.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영포회 권력사유화 파문과 총리실의 불법사찰 등 갖은 악재 속에서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꺼내든 '조커'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기업은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규제 없이 길만 열어주면 되지만, 중소기업은 정책을 갖고 도와야 한다"며 이른바 '대기업 때리기'를 시작했다. 또 지난 22일 한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해 대기업 계열 캐피털회사의 고금리 문제를 시정하라고 요구하며 '친서민'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위기상황 때마다 강조되는 친서민 행보가 진정성 없는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친서민 중도실용'이라는 카드로 재미를 봤다.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임기 초 3개월간 이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대추락을 맛봤다. 그 다음 해에도 용산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이 이어지면서 MB호는 격량에 휩싸였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자 지난해 6월 정부는 기조를 바꾸는 대변신을 시도했다. '강부자'로 대변되는 MB정부가 친서민 중도실용의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민 생활은 여전히 어렵다며,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 생활에 맞추라고 지시했다. 이어 보금자리주택 확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미소금융 대출 등으로 대표되는 친서민 정책이 잇따라 발표된다.
또 "우리 사회가 너무 지나치게 진보다 보수다, 좌다 우다 이념구분을 하는 게 아니냐"며 "사회적 통합은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며 이념적으로는 중도를 표방했다.
이같은 변신에 야당은 "이미지만 바꿨지 본질은 하나도 안변했다"며 강하게 비난했지만, 지지율은 40%까지 반등하는 등 상당한 효과를 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지는 사건들을 보면 이같은 '친서민' 선언은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현 정부의 '독재적 성격'만 확인시켜주는 사건만 연달아 터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포회, 선진국민연대 등의 권력사유화 파문은 금융권인사 개입에서부터 각종 비자금조성, 로비사건 등의 의혹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이를 '영포게이트'라 명명하고 7.28 재보선 이후 본격적으로 파헤친다고 벼르고 있다.
또 여야, 민간인을 불문한 전방위적인 불법사찰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독재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등은 민간인 뿐만 아니라 여당의원들 조차도 불법사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무차별적 공안통치가 확인됐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저금리, 감세, 환율방어정책으로 대기업이 가장 이익을 많이 보고해 놓고선 이제와서 이른바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반면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예산지원 등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른바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이라는 것을 주장한 지 1년이 넘었다"며 "지난 1년간 서민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고 성과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예산의 뒷받침도 없는 선언식 '친서민' 행보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는 "선거 때만 되면 서민을 외치고 정치쇼를 해서는 안 된다"며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서민들의 교육, 문화, 복지사업을 위해 쓰겠다고 선언할 때만이 친서민 행보를 한다는 진정성을 받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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