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우수학생 프로그램 '난관' 봉착
전교조·학부모단체, 11일 복기왕 시장 만나 '재검토' 요청
2011년 02월 11일 (금) 19:54:09 아산=류재민 기자 jaeminwow@empal.com
아산지역 학부모단체와 전교조 등 관계자들이 11일 복기왕 아산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소위 '우수인재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아산시가 교육지원 사업 일환으로 추진 중인 ‘지역인재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전교조와 학부모, 시민단체 반발에 부딪치며 난관에 봉착했다.
전교조 아산시지회와 평등교육을위한아산학부모연대, 민주노총 충남본부, 생협 등 관계자 10여 명은 11일 오후 2시간 넘도록 복기왕 시장과 가진 면담에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한 시간 20만원 받는 2~3류 강사 데려와 무슨 성과 있겠나"
이들은 아산시가 다음 달부터 시행할 예정인 해당 프로그램이 사교육 조장과 위화감 조성 등으로 오히려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온양용화고 정완섭 교사는 “교사 임용 전 학원 강사로 일한 적 있는데, 강남 학원서 시간당 20만원 받고 올 엘리트 강사는 없다. 그 돈을 받고 2류, 3류 강사들이 와서 1~2년 뒤 무슨 성과가 나오겠나. 또 중 3학생들을 포함한 이유도 이해가 안 된다. 중학생들은 그것이 아니더라도 수학 영재반이나 장영실반, 이순신반 등이 있고,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사는 “지금의 벨트형을 지속해야 한다. 상위권 학생 프로그램은 지금도 넘쳐난다. 그 밑에 중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프로그램 지원, 입학사정관제와 더불어 다양한 체험활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상위권 학생은 딱 지금 수준이다. 더 넘치면 외부적으로 안 좋은 모습이다. 상위권이 아닌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도 없이 무리한 추진..현장 목소리 들어 접점 찾아야"
인주중 이진형 교사는 “데이터와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설문이란 것이 한계는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 의견은 들을 수 있다. 그런 분석들이 돼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공신력 있는 기관에 조사를 의뢰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도 벨트형 수업에 참여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 했다. 주변을 보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늦게까지 잡아두고 있다. 봉사활동도 해줘야 하는데 그 시간조차 잘 내기 어렵다. 그런데 시에서까지 하면 그 아이들은 피폐한 생활이 거듭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위권은 현재도 충분..중하위권 학생 위한 지원 늘려야"
참석자들의 재검토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기왕 시장은 "방식에 대한 고려는 다시 하겠지만, 대상을 바꿀 순 없다"며 프로그램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 밤 11시까지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부모들이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라서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여건은 되는데 벨트형은 해당이 안 돼 못하는 아이들같이 의지 있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게 맞다. 총체적 검토를 통해 출발점 자체를 달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김지선 아산지회장은 “이 프로그램은 학교와 교육 자치를 무시하는 단적인 예다. 대통령도 사교육을 근절하겠다고 했는데, 지자체가 나서서 사교육에 혈세를 들이미는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원점에서 이 사업을 재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의견이 다양하게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기왕, "선거 때 공약한 것..야단 맞더라도 대상 안바꿔"
이에 복기왕 시장은 “이 프로그램은 아산이 처음이 아니고 30여개 지자체에서 하고 있다”면서 “특히 제가 선거 때 공약했던 내용이고, 어떤 형태로 할 지 말은 안했지만 아산시 교육 분야에 필요한 부분이란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복 시장은 “우수학생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는 데는 저 스스로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쟁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과 길을 안내해야 하지 않은가.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 달라. 관내 진학률을 76%에서 90%로 끌어올리려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복 시장은 끝으로 “방식에 대한 부분은 의견을 들어 다시 고려하고, 근본적 반대에 대한 의견과 비판은 달게 받겠다. 하지만 중등교육에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야단을 맞더라도 대상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며 강행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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