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거리 보면 자부심 생기죠"
경주지역 환경미화원 하루를 보니…새벽 깨우며 활기찬 출발…조금만 소홀히 하면 민원발생 곤욕
글·사진 은윤수기자 newseun@hk.co.kr
"깨끗해진 도심을 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21일 새벽 5시 경주시 성동동 환경복지회관 청소차량 차고지. 초록색 청소차량과 5톤짜리 재활용품 수거차량이 시동을 걸며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환경미화원들이 하나 둘 서둘러 차량을 몰고 도심을 향해 출발했다. 이곳은 경주시내 단독 및 연립ㆍ다세대 주택 총 5만7,255여 세대에서 배출되는 음식물과 생활쓰레기 및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총 본부다. 차량 운전사 1명을 포함해 음식물은 3명,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은 1명 등 2∼4명이 한팀을 이뤄 맡은 구역으로 출발하는 탓에 시간에 딱 맞춰 출근하는 직원들을 재촉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주시 환경미화원 감독 조희철(59)씨는 "행여 조금 늦게 출발하면 출근길 차량에 갖혀 낭패를 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한때 대표적 3D 직종으로 꼽힌 환경미화원의 하루가 밝고 힘차다.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맡은 일인데다 보수와 대우도 안정적이어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경주도심권에서 환경미화를 위해 종사하는 인원은 96명. 시민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대부터오후5시까지 도심을 깨끗하게 만드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하지만 일이 쉽지만은 않다. 시민들이 청소차량을 배려해 큰길 가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다행이지만, 차량이 들어갈 수도 없는 골목길 집 앞에 쓰레기봉투를 놔두면 이래저래 바쁘다. 특히 재활용품을 검정색 봉투에 담아서 내놓는 경우는 업무가 배로 늘어난다. 봉투 안에 무엇이 들었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때는 재활용품 담당은 물론 일반쓰레기 수거요원들도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며칠씩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시민들의 불만이 쌓이기 때문이다.
수동인 쓰레기 수거차량의 클러치를 밟았다 떼었다 하느라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운전기사들도 많다.이 뿐만이 아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장롱, 책상 등 대형폐기물은 동사무소에서 '신고필증' 스티커를 사서 붙여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시민은 30~40%에 불과하다. 치우지 않으면 오히려 민원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을 보는 눈은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주 5일제, 하루 8시간 근무에 정년이 보장되다보니 환경미화원 채용시험에 대학을 졸업한 젊은층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경주시 환경미화원 시험에는 11명 모집에 300명이 지원했다. 시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연령제한을 48세 이하로 했는데도 불구, 27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더구나 지원자 대부분이 30대 초ㆍ중반이고 재수, 삼수생도 수두룩했다.경주시 환경미화원 공춘락(38)씨는 "10년간 다른 직종에서 근무를 하다 환경미화원으로 전직한지 4년8개월됐는데 연봉과 대우도 괜찮고 보람도 느낄 수 있어 그저 그만"이라고 말했다.경주시가 직영, 관리ㆍ감독하는 환경미화원 직의 연봉은 첫해 3,200만원 선이다. 웬만한 대기업과 맞먹는다. 사실상 정규직과 다름없는 무기계약직으로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고 노조도 결성돼 있어 매년 시청과 임금협상도 벌인다.조희철 감독은 "직업 귀천이란 벽을 제대로 허물고 있는 직종이 환경미화원"이라며 "이들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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