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한 판사가 단체협약 시정명령 위반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헌법 위반으로 판단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부산지법 형사16단독 송오섭 판사는 "노조법 93조2항은 적법절차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해 국민의 인격·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해당 조항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했다"고 7일 밝혔다.
노조법 93조2항은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단협 시정명령을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반자에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형벌규정이다. 송 판사는 "현재는 행정형벌제도는 행정명령에 대한 의무 확보수단으로 최후적·보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선고92헌가14)하고 있다"며 "그러나 노조법 조항은 행정관청이 정한 시정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유를 불문하고 곧바로 위반죄가 성립돼 처벌할 수 있기에 합리성과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체협약은 노사 간 자율 영역에 속한 문제이고 설령 위법한 내용이 있더라도 자율교섭과 협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 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행정관청이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방편으로 형벌로 인격과 재산에 고통을 가하는 것이 타당한지 지극히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송 판사는 "노동위의 시정명령이 위법해 나중에 취소될 수 있음에도 기한 내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도 있다"며 "또 시정명령의 형식이나 내용, 그 이행기간에 관해 법률이 정하지 않고 있어 법집행기관이 시정명령 위반행위나 처벌 대상자를 자의적으로 선별할 여지를 제공하는 등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협은 내용이 광범위하고 법 위반의 경중이 다를 수 있음에도 이를 가리지 않고 행정관청의 시정명령만으로 일률적 처벌이 가능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헌재 옛 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과 이한진 영도구지부장은 2007년 부산 영도구청과 맺은 단협에 대해 노동부가 2009년 6월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기소됐다. 이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시정명령과 그에 따른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제청을 신청했고, 송 판사는 이 중 일부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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