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재량사업비 빼자 보복성 예산 삭감
ㆍ경로당 지원비 등 복지비 줄여… 시민단체“시민소환운동 전개”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를 둘러싼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지방의회의 ‘복수전’이 시작됐다. 시민단체들은 지방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재량사업비란 지역 소규모 민원 해결을 위해 특정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지방의원 1인당 일정액을 배분해온 사업예산을 말한다.
충남도의회는 최근 집행부가 상정한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사업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했다. 24일 농수산경제위원회 등 4개 위원회의 계수조정 내용에 따르면 의회에 제출된 도 사업비 3027억원 중 총 602억원이 삭감됐다. 특히 문화복지위원회는 추경예산 378억원 중 204억원이 줄었다. 이 중에는 경로당 난방비 지원, 노인복지관 개·보수,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 등도 포함돼 있다.
충남도는 도의회의 추경예산 삭감은 지난 10일 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의원 1인당 2억원씩 모두 90억원(45명)의 재량사업비를 전액 삭감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충남도의회가 집행부의 도의원 재량사업비 편성 제외방침에 맞서 복지예산 등 추경예산 상당액을 삭감하고 나서자 충청남도공공일반노조원들이 24일 도의회 1층 입구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충남도의회 제공
충남도 관계자는 “추경예산은 긴급한 목적이나 꼭 필요한 사업을 위한 예산이기 때문에 의회에서도 큰 문제를 삼지 않는 게 관례였다”며 “이번 각 위원회 심의에서 추경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충남장애인복지관협회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 재량사업비가 제외됐다고 해서 여성·노인·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추경예산을 삭감한 충남도의원들의 행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삭감된 예산안이 회복되지 않으면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에서는 올해 전액 삭감됐던 도의원 재량사업비가 추경을 통해 부활될 조짐을 보이자 시민단체들은 “재량사업비를 자진삭감했던 도의회가 얼굴만 바꿔 추경예산에 끼워넣으려는 것은 치졸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주시민회 등 1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 지적으로 도의원 재량사업비가 전액 삭감됐으나, 최근 전북도와 도교육청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구체적 항목으로 편성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도의회는 즉각 이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예산집행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경쟁입찰을 피하기 위해 사업 단위별로 100만~2000만원으로 쪼개 편성하는 편법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해 2012년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의원 재량사업비가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에 어긋난다며 190억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지방의원 1인당 일정 예산을 편성해 선심성 사업비 등으로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일선 시·도에 발송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31곳을 감사한 결과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편성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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