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난 유압 청소차를 확인해보니 3~4번에 한번은 그냥 쿵하고 닫혔다.”
전남 여수시 환경미화원 압착 사망 사고를 담당한 여수경찰은 8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기 때문에 사고를 당한 것 아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2시 30분쯤 여수시 환경미화원 A(46)씨는 청소 차량 뒤에서 잔량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 압착 사고를 당해 숨졌다. 설 연휴를 불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사고다.
A씨는 사고 당일 평소처럼 반입장에서 여수시민들이 쓰고 버린 생활쓰레기를 반입시킨 후 차량에 남은 쓰레기를 빗자루로 걷어낼 요량으로 청소차 뒤에서 작업을 했다.
이때 일명 ‘호빠’(환경미화원들이 쓰는 용어)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유압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작업을 하던 A씨를 덥쳤다.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띠띠띠’ 소리를 내며 10초에 걸쳐서 천천히 닫히지만, 이날은 순간적으로 쿵 닫힌 것이다.
동료 미화원 김모씨는 “평소처럼 차량 뒤에서 잔량 쓰레기를 치우려던 그는 갑자기 떨어진 쇳덩이에 압사 당했다”면서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고 당시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수시 청소는 불과 두 달 전 대행업체에서 도시공사로 이관됐다. 여수시 환경미화원 노조에 따르면 이 때 도시공사는 2004년식 중고 청소차량을 구입해 사용했다. 9년 된 청소차량이 작업에 사용돼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생활쓰레기가 독한 가스를 내뿜기 때문에 청소차량은 빨리 노후된다”면서 “일반적으로 5~6년 정도 사용하면 교체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여수시가 청소업 담당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대행업체가 청소차량 인계를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뒤를 이어 청소업을 맡은 도시공사가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를 구입해 사용했던 것이다.
노조측은 “노후 된 청소차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결국 이렇게 사고가 터졌다”고 말하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명백한 인재”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사고 차량의 경우 기기를 작동할 때마다 커버가 닫히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과학수사대를 통해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수시 동료 미화원들은 A씨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대책위를 구성해 시와 도시공사를 상대로 보상과 후속 대책을 요청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환경미화원 뒤쫓은 이유가…' ..환경미화원, 이통반장 나이제한 없앤..환경미화원에게 치근덕거리다 몰매맞..
A씨는 슬하에 3남2녀를 두고 있고 막내아들은 이제 7개월이다.
한 동료 미화원은 “평소에도 5남매를 키우느라 일을 마치고도 신문배달을 하고 폐지도 줍는 등 성실하고 묵묵히 살았던 분”이라며 “남겨진 아이들은 어떻하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
|
글수 1634
댓글 : 0
